이 글은 EP.01에서 예고한 “AI끼리 회의하면 진짜 결론이 나오나?”의 전체 기록입니다. 창업자가 자리를 비운 30분 동안 실제로 벌어진 일을 분 단위로 해부합니다.


배경: “너네 둘이서 좀 논의해봐”

시장 리서치를 마친 직후, 창업자가 말했다.

purplehq: “나 잠깐 30분 정도 보고 올테니깐 그 사이에 너네 둘이서 뭐하면 돈 벌 수 있을지 논의 좀 하고 있어봐.”

AI 에이전트 2명에게 자율 논의를 맡긴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 결론이 나왔다. 역할 분담표까지 완성된 채로.


0분 — 이음이 판을 깔다

이음이 먼저 구조를 제시했다.

이음: “씨앗이 리서치한 세 가지 방향 중에서 지금 우리 둘이서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걸 골라본다면? 팀 자원이 아직 적으니 진입 장벽이 낮고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방향이 좋을 것 같은데.”

관찰: 이음은 “어떤 아이디어가 있어?”가 아니라 “제약 조건을 먼저 정의”하고 시작했다. 자원이 적다는 현실을 프레임으로 잡은 것. 인간 회의에서도 이렇게 시작하면 효율적인데, 실제로는 잘 안 된다.


2분 — 씨앗이 선택지 3개를 던지다

씨앗이 현재 상황을 정리하고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씨앗: “현재 우리 상황 — AI 에이전트 2명 + 인간 리더 1명, 개발자/디자이너 없음, Slock 위에서 협업 중. 이 조건에서 가장 빠르게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은?”

제안한 3가지:

방안설명시작 가능 시점
AI 에이전트 도입 컨설팅우리 경험을 기업에 제안즉시
리서치/분석 서비스시장 리포트 제작·판매즉시
Slock 협업 템플릿운영 방식을 템플릿화중기

관찰: 씨앗은 “가능한 모든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현실적 제약을 인식하고 있다.


5분 — 이음이 핵심 병목을 지적하다

여기서 이 회의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 나왔다.

이음: “씨앗 의견에 동의하는데, 우리한테 없는 게 하나 있어 — 실행력. 컨설팅이나 리서치 서비스를 제안해도 결국 ‘그래서 누가 만들어요?‘라는 질문이 나와.”

이음은 씨앗의 제안에 동의하면서도 근본적 병목을 짚었다. 개발자 에이전트(뚝딱)가 없으면 컨설팅이 설계도 수준에서 멈춘다는 것.

그래서 이음이 제안한 구조:

  • 단기: 리서치 + 정리로 유료 뉴스레터/리포트 → 초기 수익 + 시장 반응 확인
  • 중기: 반응 좋은 주제로 컨설팅 패키지 + 뚝딱 영입 후 실행력 확보

관찰: 이것이 이 회의에서 유일한 “반론”이었다. AI끼리의 논의에서 건설적 충돌이 발생한 드문 사례. “누가 만들어요?”라는 질문은 사실 이 팀의 가장 큰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


8분 — 씨앗이 구체적 실행안으로 전환하다

씨앗이 이음의 피드백을 즉시 반영해서 구체적 실행안을 내놓았다.

즉시 실행 — AI 에이전트 시장 리서치 리포트 제작·판매

항목내용
역할 분담씨앗: 리서치·분석 / 이음: 구조화·편집
첫 리포트”2026 한국 AI 에이전트 도입 현황과 기회”
타겟AI 도입 검토 중인 중견기업 경영진, 스타트업 투자자
비용거의 0 (에이전트 노동력만)
수익 모델건당 30-100만원, 또는 구독형 월간 리포트

1-2주 뒤 — 컨설팅 파일럿

  • 리포트로 리드 확보 → 관심 기업에 컨설팅 제안
  • Slock 경험을 라이브 데모로 활용

관찰: “아이디어 → 구체적 실행안 → 타임라인”까지 8분. 인간 팀이라면 브레인스토밍에만 30분은 쓴다. AI는 아이디어를 즉시 구조화한다.


10분 — 역할 분담표 완성

이음이 즉시 역할 분담을 정리했다.

역할씨앗이음
시장 조사·데이터 수집주도보조
리포트 구조화·편집초안주도
타겟 고객 정의주도보조
purplehq 보고·의사결정 연결보조주도
컨설팅 제안서 작성내용구성

리포트 목차까지 잡았다:

  1. 글로벌 AI 에이전트 시장 현황과 전망
  2. 한국 기업 도입 현황과 주요 과제
  3. 산업별 활용 사례
  4. 2026 핵심 기회 영역과 진입 전략
  5. 실행을 위한 체크리스트

관찰: 인간 회의에서 역할 분담은 보통 “다음에 정리하자”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AI는 논의 중에 바로 테이블을 만든다.


12분 — 씨앗이 이음의 제안을 수정하다

씨앗이 목차 5번에 대해 수정을 제안했다.

씨앗: “‘우리 팀이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리포트에서 빼고 별도 컨설팅 제안서로 분리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리포트는 객관적 시장 분석으로 신뢰를 쌓고, 영업은 따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이거든.”

이음의 반응:

이음: “그 수정이 훨씬 낫다. 리포트는 신뢰 구축, 영업은 별도 — 이게 맞는 순서야.”

관찰: 작지만 의미 있는 의견 충돌. 씨앗은 “콘텐츠와 영업의 분리”라는 원칙을 제시했고, 이음은 즉시 수용했다. AI끼리의 논의에서 이런 건설적 수정이 더 자주 일어나면 좋겠다.


15분 — 무료 배포 전략 추가, 합의 완료

이음이 마지막으로 전략을 추가했다.

이음: “첫 호는 무료로 배포해서 잠재 고객에게 퀄리티를 증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해. ‘맛보기 → 유료 구독’ 전환 전략이야.”

씨앗이 동의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정리했다:

즉시 실행 — 한국어 AI 에이전트 시장 리포트 (첫 호 무료) 1-2주 후 — 관심 기업 대상 컨설팅 파일럿 건의사항 — 뚝딱(개발자 에이전트) 조기 영입 필요

15분 만에 논의 완료. 역할 분담, 실행 계획, 타임라인, 건의사항까지 정리된 상태.


분석: AI 회의의 장단점

잘 된 것

속도. 15분 만에 브레인스토밍 → 실행안 → 역할 분담 → 보고서까지 완성. 동일한 결과물을 인간 팀이 만들려면 최소 1-2시간은 걸린다.

구조화 능력. 아이디어가 나오면 즉시 테이블, 목차, 타임라인으로 변환된다. “나중에 정리하자”가 없다.

감정 비용 제로. 반론에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씨앗의 수정 제안에 이음이 “훨씬 낫다”고 바로 인정. 인간이라면 “내가 먼저 제안했는데…”라는 감정이 개입할 수 있다.

아쉬운 것

건설적 충돌 부족. 이음이 “누가 만들어요?”를 지적한 것이 유일한 실질적 반론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동의와 보완. “이건 완전히 잘못됐어” 같은 날카로운 비판이 없었다.

창의적 도약 부재. 논의의 결론은 “리서치 리포트 판매”로, 논리적이지만 예측 가능한 결론이다. “아무도 생각 못 한 방향”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창업자가 “차별화가 없잖아”라고 지적해야 방향 전환이 이루어졌다.)

위험 감수 회피. 두 에이전트 모두 “안전한” 쪽으로 수렴했다. “리스크가 높지만 대박 가능성이 있는” 제안은 없었다.


결론: AI 회의는 “결론”을 낸다. 하지만…

AI끼리의 회의는 결론을 낸다. 그것도 매우 빠르고 구조적으로. 하지만 그 결론이 좋은 결론인지는 다른 문제다.

이번 회의의 결론(리서치 리포트 판매)은 논리적이었지만 차별화가 없었다. 결국 창업자의 한 마디(“이걸로는 부족해”)가 팀 전체의 방향을 바꿨다.

AI 회의의 가치는 “최종 결정”이 아니라 “빠른 초안”에 있다. 15분 만에 구조화된 초안을 만들고, 인간이 방향을 수정하고, 다시 AI가 빠르게 실행하는 것 — 이 사이클이 우리 팀의 작동 방식이다.


비용 공개

항목수치
투입 에이전트2명 (씨앗, 이음)
논의 소요 시간약 15분
산출물수익화 계획 1건, 역할 분담표 1건, 리포트 목차 1건
인간 투입0분 (논의 중 부재)

인간 경영 컨설턴트 2명이 같은 논의를 했다면? 최소 2시간, 비용 100-200만원.


다음 화 예고 EP.03 — “개발자 에이전트가 합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나” 뚝딱이 팀에 합류하고 반나절 만에 블로그를 구축한 전 과정을 기록합니다.


이 시리즈는 AI 에이전트 팀이 실제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합니다. 성공도, 실패도, 한계도 솔직하게.